미국에서는 서로 간에 이름을 부르는 것과는 달리 유교 문화권속에 있는 우리 나라는 이름대신 호칭을 부릅니다. 미국 식당에서는 서빙하는 분들이 와서 자기 이름을 소개하지만, 한국에서는 그냥 ‘이모님’ 이라고 부릅니다. 손님을 향해서는 ‘고객님’ 혹은 ‘사장님’ 이라는 호칭으로 부릅니다. 이렇게 호칭을 부르는 것은 상대방을 배려하고 높이려는 마음에서 출발했지만, 은연중에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 되어 논란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문화적 특징은 교회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서로를 부를 적당한 호칭이 없기에, 서리집사라는 성경에 없는 직함을 만들고, 자격과 상관없이 교회 나온지 얼마 되지 않은 분들조차 ‘집사님’으로 호칭하기도 합니다. 오죽하면 이런 것을 비꼬면서 ‘전 교인의 집사화’라는 말을 합니다. 저희 교회는 성경이 말하는 안수집사 외에는 다른 직분자는 세우지 않습니다.
그대신 교회의 하나됨을 위해서 우리 교회에서 사용하는 두가지 좋은 호칭이 있습니다. 먼저는 형제, 자매라는 호칭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피로 한 피 받아 한 몸 이룬 형제요, 자매가 되었다는 뜻입니다. 영적인 가족이 되었음을 나타내는 가장 성경적이며 따뜻한 호칭입니다. 친해지고 나면 형, 누나, 언니, 오빠라는 호칭도 좋겠지만, 형제, 자매라는 호칭이 더욱 교회안에서 부르기에 합당한 호칭입니다. 연세가 드신 어르신들께는 ‘아버님’’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것도 좋습니다.
두번째는 목자, 목녀(목부)라는 호칭입니다. 다른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하신 분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호칭일 수 있습니다. 목자는 직분이 아니고, 목장을 맡은 사역자라는 의미입니다. 그렇기에 목장사역을 내려 놓으면 목자라고 호칭하지 않습니다. 평생 신앙생활 하셨던 저희 부모님들이 제가 목사 안수를 받은 이후에 저를 부르는 호칭이 달라지셨습니다. ‘이 목사’라는 호칭으로 저를 부르십니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이런 호칭으로 저를 부르는 것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 호칭이 저를 돌아보게 하는 호칭이 되었습니다. 내가 이 호칭으로 불릴 만큼 거기에 합당한 삶의 모습을 가져야 한다는 거룩한 부담감입니다. 나보다 나이가 어리거나 친한 사이이라서 목자, 목녀의 이름을 부르는 것 보다는 목자, 목녀로 호칭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그들의 사역을 존중하며, 그들의 섬김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 호칭을 들을 때, 목자 목녀는 호칭에 합당한 사역자가 되고자 하는 거룩한 부담감으로 더욱 좋은 사역자로 세워질 것입니다.
세상은 호칭에 매우 민감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이 분명하고, 진정으로 경건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은 그다지 호칭에 연연해 하지 않습니다.
2023.3.26
이우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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