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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겹줄 기도회 마지막 날인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 달라스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늘 출근하던 아내도 모처럼 회사에서 제공하는 컴퓨터를 가지고 집에서 재택근무를 했습니다. 평온한 목요일 아침 갓 내린 커피를 손에 들고, 창문 넘어 함박눈이 춤을 추듯 이 땅에 내려 앉는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면서, 자연스레 옛 추억에 잠겨 봅니다.

내 추억은 어린 시절을 찾아 갑니다. 눈만 오면 동네 친구들이 한 가득 몰려 나와 편을 갈라 눈 싸움도 하고, 집 식구들 숫자만큼 큼지막한 눈 사람을 만들어 집 앞에 세워두고, 동네 한 켠의 비탈 길을 찾아가 비닐로 만든 비료포대를 썰매삼아 타고 내려오면서 정신 없이 뛰어 놀던 어린 시절에 눈은 즐거움의 추억입니다. 

내 추억은 어린 시절을 넘어 젊은 시절을 찾아 갑니다. 눈 오는 날이면 손톱 끝에 애처롭게 남아 있는 봉숭아 물을 보이며, 이것이 다 사라지기 전에 첫 눈이 내리니, 첫 사랑이 이루어 질 꺼라 수줍게 웃던 젊은 시절의 교회 친구들, 눈 내리는 날이면 괜스레 마음이 들떠 옷이 다 젖도록 눈을 맞으며 밤길을 헤매 이던 젊은 날의 눈은 낭만의 추억입니다.

이제 중년의 나이,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며 창문 너머의 눈 덮인 세상을 바라보는 중년의 눈은 내 살아온 삶을 돌아보며, 삶을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사색의 눈입니다, 이처럼 눈을 대하며, 눈에 대한 느낌은 각양각색입니다.

그러다 문득 내 입에서 ‘주홍빛 같은 내 죄, 주홍빛 같은 내 죄, 눈과 같이 희겠네’ 하는 찬양이 흘러 나옵니다. 천지가 온통 새 하얀 눈으로 덮인 모습을 보면서, 이 땅이 얼마나 더러우면 그 더러움을 감추려고 이토록 많은 눈이 내릴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하얀 눈이 온 땅을 새하얗게 계속 덮고 있으면 좋으련만, 이 눈은 곧 녹아서 없어질 것입니다.

그렇죠!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은 잠시 뿐입니다. 세상은 내 속의 더러운 죄의 본질을 돈을 벌어 가리려 하고, 온갖 학위와 지식으로 가려보고. 권력과 명예 혹은 육체적 자랑으로 가려 보지만, 눈이 녹으면 다시 세상의 더러움이 드러나듯이 일시적으로 감춘 죄의 본질도 다시 드러나게 되는 것입니다. 주홍빛 같은 내 죄를 영원히 정결하게 희게 하는 것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보혈로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러기에 세대를 넘어 그리스도인들에게 눈은 나를 구원한 예수의 보혈의 능력을 기억하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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